시민·소비자단체와 민관 전문가,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한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가 보편요금제를 둘러싼 논의를 지난달 시작했다. 곧 두번째 회의를 열어 논의를 본격화하고, 올해 상반기 안에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동통신 회사들은 이를 두고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고 시장 경쟁을 제한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그런 소리를 하기 전에, 이통사들은 보편요금제 입법까지 거론되는 이유를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 사업자가 셋밖에 안 되는 과점시장 구조 아래서 사실상 요금을 담합해 소비자들을 등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서로 만나 짬짜미를 했다는 증거를 잡을 수 없을 뿐이지, 이통 3사의 요금제는 누가 봐도 담합이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 가운데 최저가인 요금제를 보면 가격과 데이터 제공량이 숫자 하나 다르지 않을 정도다. 저가 요금제 구간에서는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혜택이 미미하다가 고가 요금제 구간에서 혜택이 급증하는 구조도 동일하다. 이 때문에 저가 요금제 가입자는 데이터 사용량에 견줘 시장 평균보다 비싼 요금을 내고 있다.

 

외국 통신업체와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이통사들은 최저요금과 최고요금 사이의 차이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제공 데이터양에선 엄청난 차이를 둔다. 그리고 낮은 요금제를 이용하는 고객이 데이터 한도를 초과하면 비싼 요금을 물린다. 이런 요금제를 통해 고가 요금제 이용을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 가입자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월 6만원 이상의 요금제를 선택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보편요금제는 ‘적정 요금으로 기본적인 수준의 음성·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1위 사업자인 에스케이텔레콤에 정부가 제시한 기준의 요금제 출시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형식만 보면 개입이 지나쳐 보이는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오죽하면 그러겠는가. 이통사들은 가격 경쟁에 나서는 회사가 없다는 점에 기대 ‘통신요금 인하’ 요구에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2만~3만원대의 요금에 지금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를 제공해서 데이터를 상대적으로 적게 쓰는 사람들이 걱정없이 선택할 수 있는 요금제가 필요하다. 정부가 사실상의 통신사들 담합을 깨지 못하고, 통신사들이 스스로 요금제를 고치지도 않는다면 보편요금제 입법은 불가피하다.